똥이 마렵지는 않지만 화장실은 가고 싶을 때

지금은 딱히 똥이 마렵지 않습니다.

그런데 화장실에는 가고 싶습니다.

그 둘은 가끔 서로 다른 마음입니다.

복도 끝의 작은 칸이 오늘은 쉼표처럼 보입니다.

누구에게도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이유 하나가 생깁니다.

잠깐 화장실 다녀올게요.

그 말은 꽤 많은 것을 해결해 줍니다.

문을 닫으면 바깥의 대화도 닫힙니다.

나는 아무 일도 하지 않기 위해 앉습니다.

휴대전화를 바로 꺼내지 않습니다.

천장 타일 하나가 오래 보입니다.

환풍기는 나보다 먼저 쉬고 있는 것 같습니다.

몸은 비어 있어도, 시간은 잠시 필요합니다.

꼭 결과가 있어야만 앉을 자격이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여기서는 생산성도 잠깐 바지를 내립니다.

나는 아주 조용한 핑계를 누립니다.

누구도 나를 찾지 않는 3분.

그 3분은 생각보다 넓습니다.

마시던 물과 답하지 않은 메시지가 멀어집니다.

숨을 들이쉬고, 별일 없다는 사실을 확인합니다.

별일 없음은 꽤 좋은 소식입니다.

이제 굳이 무언가를 만들지 않아도 됩니다.

손을 씻을 이유도, 물을 내릴 이유도 아직 없습니다.

그래도 나는 조금 가벼워졌습니다.

문을 열면 다시 일이 있습니다.

하지만 방금의 빈 시간도 내 하루였습니다.

똥이 없어도, 똥멍은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