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해지면 똥을 싸도 박수쳐준다

화장실 문고리를 잡는 순간, 플래시가 세 번 터집니다.

오늘 내가 아주 유명한 사람이라고 상상해봅니다.

문밖에는 카메라와 벨벳 로프가 줄을 섰습니다.

나는 들어가고, 문 잠금 장치가 경호를 맡습니다.

변기 뚜껑이 내려가는 장면에도 누군가 숨을 삼킵니다.

화장지 롤이 마이크처럼 반짝입니다.

첫 질문이 날아옵니다. 오늘 컨디션이 어떠십니까.

나는 무릎 위 두 손으로만 답합니다.

누군가는 내 자세가 몹시 품위 있었다고 말합니다.

누군가는 물 내리는 소리를 오래 기억하겠다고 합니다.

환풍기가 웅— 하고, 관객은 그걸 예술적 침묵으로 받아 적습니다.

화장실 타일도 오늘만큼은 레드카펫 끝처럼 보입니다.

플래시가 터질 때마다 변기도 조금 으쓱합니다.

나는 손을 흔들고 싶지만, 양손은 계속 무릎 위에 둡니다.

문밖에서 누군가 앙코르를 외칩니다.

아직 한 번도 끝내지 않았다고 속으로 답합니다.

이 장면은 감독판에서도 아마 잘릴 겁니다.

그래도 상상 속 관객은 쉽게 돌아가지 않습니다.

유명해지면 똥을 싸도 박수쳐준다는 말이 맞나 봅니다.

아주 사적인 일도 조명 아래에서는 작품이 됩니다.

하지만 이 칸 안에서는 유명인도 그냥 앉아 있는 사람입니다.

플래시가 환풍기 소리와 섞여 조금 멀어집니다.

나는 아주 작게 고개를 숙입니다.

감사합니다. 오늘의 무대는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문을 열면 카메라 대신 복도가 있습니다.

아무도 없어서 다행이고, 조금 아쉽기도 합니다.

오늘은 혼자 내 박수를 챙겨 나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