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똥 싸고 칠링하기
배 속 비상벨은 예고편이 없습니다.
방금 전까지 멀던 화장실 표지판이 갑자기 가장 반갑습니다.
빈 칸 하나를 발견하면 마음속으로 만세를 부릅니다.
그때 사람의 걸음은 거의 발명품이 됩니다.
가방은 바닥에, 체면은 문밖에 잠깐 둡니다.
문을 잠그는 소리가 오늘 제일 안전합니다.
한 칸과 나는 아주 빠르게 한 팀이 됩니다.
앉자마자 방금 전의 전력질주가 몸에서 빠져나갑니다.
발끝은 아직 달리고 싶어 하지만, 어깨는 내려와도 됩니다.
급똥은 생각을 한 줄로 세우는 훌륭한 편집자입니다.
지금 가장 중요한 일은 아주 명확하고 아주 사적입니다.
문 밖에서 누가 기다릴까 봐 잠깐 걱정합니다.
그 걱정도 변기 옆에 살짝 내려놓습니다.
화장실 타일은 늘 비슷한데 오늘은 꽤 든든합니다.
변기칸 안에서는 밖의 일정이 잠시 소리를 줄입니다.
숨을 내쉴 때마다 비상벨이 배경음으로 멀어집니다.
급똥과 칠링은 생각보다 가까운 사이입니다.
방금 전의 나는 달렸고, 지금의 나는 천장을 봅니다.
이 전환은 누구도 연습시키지 않았습니다.
무사히 앉았다는 사실만으로 오늘은 조금 괜찮습니다.
가방 속 물병이 나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아까 뛰던 두 다리도 물 한 모금이면 이해할 겁니다.
오늘의 대피는 조용히 성공했습니다.
아직이면 아직인 대로, 이미면 이미인 대로 좋습니다.
서두름이 끝나면, 앉아 있는 시간이 시작됩니다.
문을 열기 전 심장부터 먼저 걸음을 늦춥니다.
급똥 싸고 칠링하기. 여기서부터 진짜 칠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