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영감은 똥멍에서 출발한다
좋은 생각은 꼭 책상에서만 오지 않습니다.
오늘의 책상은 변기 뚜껑 아래에 있습니다.
나는 아무것도 쓰지 않은 채 앉아 있습니다.
그때 머릿속에서 작은 전구가 아니라 작은 질문이 켜집니다.
왜 이걸 이제야 생각했지.
좋은 영감은 대개 조금 늦게 도착합니다.
그리고 꼭 바쁠 때보다 비어 있을 때 말을 겁니다.
휴대전화를 내려놓자 문장이 하나 떠오릅니다.
그 문장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도망가지 않게 가만히 둡니다.
억지로 붙잡으면 영감도 변비처럼 숨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숨을 쉽니다.
타일의 줄눈을 따라 생각도 조금 길어집니다.
오늘의 아이디어는 대단하지 않아도 됩니다.
내일의 제목 하나면 충분합니다.
혹은 잊고 있던 사람에게 연락할 이유 하나.
혹은 그냥 웃긴 장면 하나.
창문 밖 빛이 바닥을 움직입니다.
그 빛도 뭔가를 발명하려 하지는 않습니다.
그저 들어오고, 머물고, 사라집니다.
생각도 그렇게 두기로 합니다.
좋은 영감은 앉아 있는 몸을 부끄러워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잠깐 멍한 사람에게 잘 옵니다.
나는 아직 아무것도 적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조금은 이미 시작된 기분입니다.
물을 내리기 전에 제목을 하나 마음에 넣습니다.
좋은 영감은 똥멍에서 출발할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