굵은 똥이 나오는 상상
오늘은 굵은 똥이 나올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해봅니다.
아직 아무 일도 없는데 아랫배는 이미 묵직한 기대를 품습니다.
어제의 고구마가 어딘가에서 묵묵히 제 몫을 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나는 변기 위에서 아주 성실한 상상가가 됩니다.
오늘의 후보는 굵고, 길고, 약간 위엄 있습니다.
변기는 잠시 작은 전시장처럼 보입니다.
입장료도 없고, 관람객도 나 하나입니다.
작품은 아직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상상은 자꾸만 커집니다.
길이는 어느 정도일까, 굵기는 어느 정도일까.
생각이 너무 구체적이면 창문 쪽을 봅니다.
햇빛은 어떤 조형물에도 공평하게 비칩니다.
배 안에서 작은 회의가 열리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오늘은 한 번에 갈까, 두 번에 나눌까.
회의록은 남기지 않아도 됩니다.
너무 힘주면 상상도 놀라 달아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어깨를 내리고, 턱도 풀어둡니다.
굵은 똥이 꼭 위대한 똥은 아닙니다.
그래도 나오는 날엔 왠지 든든합니다.
가늘면 어떤가 싶다가도, 다시 상상은 굵어집니다.
변기 물은 아직 아무 말 없이 기다립니다.
나도 그 물처럼 조용히 기다려봅니다.
오늘의 상상은 갈색이고, 약간 따뜻합니다.
나올 때까지는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그 모름이 화장실에서는 꽤 중요한 재미입니다.
이제 마지막 선택권을 몸에게 넘깁니다.
오늘의 굵기는 오늘의 몸만 압니다.